Tuesday, March 1, 2011

슈퍼맨 - 최강의 슈퍼히어로

쫄쫄이 바지 위에 팬티를 덧입은 우스꽝스러운 패션의 슈퍼맨은 그 센스 없는 의상 외에는 나무랄 데 없는 능력을 갖춘 슈퍼 히어로이다. 1938년, 조 슈스터(Joe Shuster)와 제리 시걸(Jerry Siegel)이라는 10대 만화가들에 의해 창작된 슈퍼맨 캐릭터는 단돈 500달러에 그 판권이 팔렸다. 그렇게 싸게 팔려 나간 슈퍼맨 캐릭터는 처음에는 그렇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새로운 영웅의 출현에 목말라하던 미국인들의 요구에 그대로 들어맞았고, 슈퍼맨은 그야말로 미국 만화계의 가장 강력한 슈퍼 히어로로 등극하게 된다.

슈퍼맨의 인기가 그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던 조 슈스터, 제리 시걸 두 어린 만화가들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며, 수차례의 소송까지 걸었지만 권리를 되찾아오는 데 실패하고 만다.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많은 경영학자들이 미래의 가치를 내다보지 못해 저지른 금세기 가장 큰 실수 사례로 드는 반 조롱의 지적뿐이었다. 

슈퍼맨은 클립톤 행성이라는 먼 별에서 온 외계인이지만 인간과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고 품성 또한 그 어느 히어로 못지않게 착하다. 평소에는 ‘클라크’라는 이름으로 데일리 플래닛사의 기자로 활동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슈퍼맨으로 날아오른다. 악당이 나타나면 공중전화 박스 속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1992년 발간된 [슈퍼맨: 강철의 사나이] 편에서는 슈퍼맨의 죽음이 그려진다. 지구 시간으로 수천년 전 클립톤 행성의 과학자 버튼의 유전자 배양으로 만들어진 둠스데이는 몸의 상당 부분이 슈퍼맨에게 치명적인 클립토나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포악한 성격에 상대방을 파괴함으로써 희열을 느끼도록 키워진 둠스데이는 자신의 창조자마저 살해하고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악행을 일삼다 지구로 온 후에도 파괴를 계속했는데 이를 저지하려던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을 무력화시킨다.

마지막에는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슈퍼맨과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도시 전체가 초토화된다. 연인 로이스 레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슈퍼맨은 이 자리에서 둠스데이를 처치하고 세상을 구하지만 자신도 숨을 거두게 된다.

배트맨 - 정의롭지 못한 탄생 배경

배트맨은 슈퍼맨과 유일하게 어깨를 걸거나 그보다 더 유명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스타 슈퍼 히어로이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배경만큼은 그리 깔끔하지 못하다. 1938년, 슈퍼맨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열광했고, 출판사에 엄청난 돈을 벌어다 주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즉시 수많은 만화 사업가들이 그 인기를 샘하며 따라 하기에 나섰다. 그런 슈퍼맨 따라 하기 중 하나가 바로 배트맨. 그저 그렇게 슈퍼맨을 흉내내다가 배트맨이 그려진 것이라면 그리 부적절하다 지적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만화가 밥 케인의 태도와 행적이다.

당시 미국 만화계는 철저한 개인 작업이나 소규모 창작 집단과 같은 형태로 유지되며 대형 출판사에 작품을 납품하는 형태였으며, 밥 케인도 그러한 만화가 중의 하나였다. 슈퍼맨의 엄청난 인기 이후 수많은 만화가들이 그를 따라 하자 슈퍼맨의 출판사 DC는 방어적 차원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밥 케인에게 주문한다. 비록 박쥐를 모티브로 하긴 했으나 밥 케인이 1주일 만에 그려온 디자인은 지금의 배트맨과 너무나 달랐다. 붉은색 옷을 입은, 전형적인 슈퍼맨의 아류였다. 그것을 현재의 배트맨 모양으로 다듬어낸 이가 바로 빌 핑거. 그렇게 두 사람이 창조해낸 배트맨은 1939년 만화책으로 등장하게 되고, 오늘날의 배트맨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밥 케인은 그 모든 공을 자기가 차지하려 했다. 출판사의 주문에 따라 1주일 만에 그려온 디자인을 자기가 몇 년 동안 고심했던 아이디어라 우기며, 그 증거로 디자인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배트맨의 거의 모든 모습을 만들어낸 빌 핑거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온갖 험담을 만들어냈으며 실제로 그것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발표한 초기 디자인이란 것 역시 다른 사람의 그림을 베낀 것이 밝혀지고, 수많은 소송에 시달려야 했으며 급기야 1920년대 발표된 영화 [박쥐]의 시퀀스를 베낀 사실도 밝혀지게 된다. 특정한 초능력을 가지지 않은 보통의 인간이지만 스스로 개발한 무기와 기본적인 정의감으로 세상을 구하는 배트맨의 출발이 그리 정의롭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벅스 버니 - 디즈니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

디즈니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탓인지, 평등과 기회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만큼은 디즈니 독재 체제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 수많은 군소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얼굴을 내밀었지만 디즈니만큼의 폭발적 반응은 얻지 못한다. 그러한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캐릭터가 벅스 버니다.

벅스버니는 1938년 워너브라더스의 루니툰 시리즈 중 단편 애니메이션 [포키의 토끼 사냥, Porky's Hare Hunt]에 등장해 사냥꾼을 골탕 먹이는 말썽꾸러기 토끼를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벤 하더웨이 등 뉴욕 브룩클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만화가들이 참여한 이 단편은 의외의 호응을 얻었다. [야생 토끼, A wild hare]등 몇몇 작품을 거친 이후 1944년 [추락하는 토끼, Falling hare]라는 작품에서 비로소 벅스 버니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후 기존의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능글맞음, 애니메이션식 슬랩스틱 코미디와 실직과 배우자의 부정 등 어른들도 공감할 소재를 유머로 승화시킨 작품성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는 디즈니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 쪽에서 주도되어온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뉴욕 등 동부로 옮겨간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내용 면에서도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과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캐릭터의 탄생을 의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항상 불만에 가득 찬 오리 대피덕(Daffy Duck), 돼지 사냥꾼 포키피그(Porky Pig), 벅스버니의 영원한 앙숙 요세미트 샘(Yosemite Sam) 등 보조 캐릭터들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이들은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공식 캐릭터로 워너가 관여했던 테마파크 체인 ‘식스 플랙스’의 공식 캐릭터로 선정되어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참패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피노키오 - 교훈적 내용의 이야기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Le adventure di Pinocchio]의 주인공이지만 같은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착한 목수 제페토가 나무를 깎아 만들어 피노키오라 이름을 붙였는데, 요정의 도움으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추운 겨울, 제페토가 자신의 옷까지 팔아가며 학교를 보내지만 서커스단에 현혹되어 온갖 모험을 하게 된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커다란 고래 뱃속까지 들어가게 되지만 제페토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구출되고 결국 사람이 된다는 교훈적 내용. 거짓말을 하면 코가 콱 커진다는 설정이 다양하게 패러디되어 웃음을 주기도 한다.

원더우먼 - 원조 캐릭터를 압도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 이름난 슈퍼 히어로들에게는 재미난 가족들이 있다. 딸, 조카 등 직접적인 가족이라는 설정도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이들도 있는데, 배트걸, 배츠우먼, 슈퍼보이, 스파이더걸, 쉬헐크 등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은 오리지널 캐릭터의 인기를 이용해 또 다른 수익을 올리려는 만화업자들의 잔머리로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원조 캐릭터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캐릭터가 있으니 그가 바로 원더우먼이다.

빼어난 외모와 몸매에 투명 비행기, 황금 밧줄, 총알을 막아내는 세계 최강의 여인, 원더우먼. 그런 원더우먼 캐릭터가 1939년 만들어진 원더맨 캐릭터의 모사품이었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원더맨은 1939년 원더코믹스라는 잡지 1호에 처음 등장한 슈퍼 히어로다. 이 원더코믹스라는 잡지는 [슈퍼맨], [배트맨]으로 인기 절정을 누리던 DC 코믹스의 회계 담당 이사였던 빅터 폭스가 독립해 차린 출판사. 그는 출판사를 차리자마자 스스로 DC 코믹스에서 보고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원더맨을 창조해냈던 것이다. 일종의 회사 기밀을 가지고 독립해 다른 회사를 차린 것이다. 스스로 만화를 그릴 능력이 없었던 빅터 폭스는 만화 콘텐츠를 공급하던 아이즈너 아이거(Eisner Iger)라는 회사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며, ‘슈퍼맨 같은 캐릭터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던 것.

그렇게 탄생한 원더맨은 반짝 인기를 누리게 되지만 DC 코믹스에 의해 고발당하고, 결국 패소하고 만다. 이는 슈퍼 히어로 만화 역사상 최초의 표절 관련 재판으로 기록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를 증언한 이가 빅터 폭스로부터 만화를 의뢰받았던 아이즈너 아이거사의 대표 만화가 윌 아이즈너(Will Eisner). 그는 자신의 큰 고객일 수 있는 빅터 폭스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슈퍼맨의 정보를 제공하며, 그와 같은 느낌의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했다며 증언했던 것이다. 그렇게 원더맨 사건이 일단락되고, 정작 황당한 일을 벌인 이는 [슈퍼맨], [배트맨]의 출판사이자 원더맨을 표절 혐의로 고발했던 DC 코믹스. 1941년, 그들은 원더맨의 이름을 차용해 원더우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원더우먼은 여성성 가득하지만 초능력은 그 누구 못지않은 슈퍼 히어로 아니, 히로인(heroine)으로 슈퍼맨, 배트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저 장군 멍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독특한 인연이라고 하겠다.

신데렐라 - 오래 전부터 내려온 이야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동화 [신데렐라]는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옛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단편집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와 꽁트]에 처음 실렸다. 원래의 제목은 [성드리용 또는 작은 유리신, Cendrillon ou la petite pantoufle de verre]이었는데,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성드리용(Cendrillon)이 신데렐라(Cinderella)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그 보다 800년이나 앞서 출간된 당나라의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예쉔(葉限)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계모의 구박을 받으며 힘겹게 살고 있던 주인공 예쉔. 어느 날 친구처럼 기르던 붉은 비늘 물고기를 계모가 잡아 먹어버리자 그 뼈를 가져 와 슬퍼하고 있는데, 물고기의 신령이 나타나 예쉔을 도와주었고 신령이 선물한 화려한 옷과 황금 신발을 신고 마을 무도회장으로 갔다가 계모와 배다른 언니에게 들켜 황급히 집으로 돌아오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고, 그 황금 신을 본 왕이 수소문 끝에 예쉔을 찾아내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우연히 비슷한 이야기다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유양잡조]와 그 속에 실린 여러 이야기들이 동서양과 중동을 오가던 상인들에 의해 퍼져갔고 800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는 프랑스 작가의 꽁트로 부활했다는 것이 여러 가지 역사 이론으로 증명되고 있다.

신데렐라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50년 디즈니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다. 신데렐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유리구두. 그러나 이는 번역상의 오류로 일어난 일. 원래 샤를 페로가 썼던 원작의 프랑스어 제목이 [성드리용 또는 작은 유리신, Cendrillon ou la petite pantoufle de verre]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유리신(pantoufle de verre)'이 아니라 프랑스식 고급 모피 신발, 즉 ‘가죽신(pantoufle de vair)’이었는데, 이것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verre(유리)와 vair(가죽)이 헛갈려 유리(glass) 구두가 되었고 그 이미지가 너무나 뛰어나 나중에 다시 출간된 프랑스어 원작조차도 유리신으로 바뀌었다.

아톰 - 일본 최고의 캐릭터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만화가 데스카 오사무는 그 스스로 월트 디즈니를 만화의 신으로 부르고 스스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받았노라 공공연히 이야기하며, 심지어는 디즈니의 만화책을 그의 방식대로 베껴서 출판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월트 디즈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단순히 베끼기 창작과 줄거리 인용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데스카 오사무의 대표작을 넘어 일본 만화의 상징, 현대 로봇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철완아톰] 역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피노키오에 큰 영향을 받았다. 1951년 잡지 <소년>의 부록으로 탄생해 1963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할리우드 영화까지 수많은 재탄생 과정으로 보여온 아톰.

데스카 오사무는 그의 글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에서 아톰을 디자인할 때 미키마우스를 흉내내 손가락을 4개만 그렸다고 적고 있다. 이후 사람들의 항의와 질문이 빗발치자 잠시 5개로 수정하기도 했지만 이내 4개로 그리곤 했다. 정작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이 왜 4개로 그려졌는지를 몰랐던 데스카 오사무는 1965년 특파 기자 자격으로 뉴욕박람회의 참관 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그 자리에서 우연히 월트 디즈니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게 된다. 미키마우스는 귀엽게 그려진 캐릭터인데 손가락을 5개로 그리면 움직일 때 손가락이 잘 보이지 않거나 6개로 보일 때가 많다. 손가락을 4개로 그리면, 캐릭터를 귀엽게 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르게 움직일 때 손가락이 분명하게 보이고 5개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비단 손가락의 문제만 아니라 [철완아톰]은 [피노키오]의 소망도 흉내를 낸다. 인조인간 아톰이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며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디즈니의 [피노키오]에서 나무 인형이 가졌던 꿈과 똑같다.

고지라 - 961만 명의 흥행 기록

고지라는 1954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특수 촬영 괴수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 1954년 개봉 당시 961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웠는데, 당시 일본 인구가 대략 9천만 명이었다고 하니 전 인구의 10% 이상이 영화 [고지라]를 본 것이다.

1998년 미국 판으로 만들어진 [고질라]의 영향으로 고질라라 부르기도 하지만, 고지라가 정확한 명칭이다. 고지라는 고래를 뜻하는 일본어 ‘구지라’와 ‘고릴라’의 합성어인데, 단어 자체의 의미보다는 크다는 걸 강조하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고래는 워낙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고릴라는 의외다. 당시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에 고릴라가 새로 들어오면서 상당한 화제가 되어 그랬다는 설명이 있지만 1933년에 개봉되었던 할리우드 영화 [킹콩]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기억이 너무 선명해 그랬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킹콩]에 대한 인기는 [고지라]의 후속작이 만들어지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킹콩과 고지라가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세 번째 [고지라] 시리즈 [킹콩 대 고지라](1962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킹콩 대 고지라]는 역대 [고지라] 시리즈 최고 기록인 1,255만 명의 흥행을 기록한다. 저작권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한 시기여서 그랬겠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킹콩’은 원작자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승낙을 받지 못한 ‘짝퉁 킹콩’이다.

고지라의 탄생에는 ‘원자폭탄만 아니었어도…’라는 일본인의 비뚤어진 전쟁관이 깔려 있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처음 공개된 영화 [고지라]에서 고지라는 이루 말할 데 없이 흉폭한 괴물로 나온다. 아무 이유 없이 도시를 부수고 사람들을 죽인다. 괴수 영화에서 괴수가 도시를 파괴하는 게 뭐 이상할까 만은 그래도 고지라는 그 때까지 나온 괴수들 중에 가장 흉악하게 설쳐댄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이 고지라는 태평양 속에 잠들어 있던 티라노사우루스가 미군의 수소폭탄 실험에 의해 괴물이 되어 깨어났다고…. 바로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빗댄 것이다.

철인 28호 - 아톰보다 더 많은 사랑

철인 28호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철인’, 일본어로 ‘테츠진’이라 불리는 푸른색의 거인 로봇. 일본 만화의 상징 아톰에 비해 조금은 부족하다, 조금은 덜 유명하다 싶지만 오히려 일본인들 사이에선 아톰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푸른색의 단단한 이미지 위로 겹쳐지는 일본인의 남다른 애정은 그의 탄생 설정, 활약상 등과 무관하지 않다.

[철인 28호]는 다소 우편향이라 할 만화가 요코야마 미스테루의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1956년 월간 잡지 <소년>의 별책부록으로 시작한 [철인 28호]에서 철인 28호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군과 연합군을 상대하기 위해 일본군에서 비밀리에 제작한 특수 병기라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태평양의 한 섬에서 만들어진 철인 28호. 28호는 철인 1호에서 시작해 시제품을 만들어내며 붙인 일련번호. 나중에 등장하는 철인 26호, 철인 27호 등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거대 로봇의 기능을 갖추게 되는데, 그 중 철인 28호가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완성과 가동 직전 연합군에게 정보가 누출되어 기지가 파괴되고 완성된 로봇들은 빛을 발휘하지 못했고 일본은 결국 전쟁에서 지고 만다는 것.

그렇게 개발된 강력한 힘의 로봇은 몇 년 후 새롭게 발굴되어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넘어갔고, 그 로봇들을 되살려 세상을 정복하려던 정체불명의 악당들과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 로봇 철인 28호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로봇 철인 28호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특수 리모콘으로 자신을 조종해야 한다. 그래서 철인 28호는 악당에게 넘어가면 악의 로봇이 되고 마음씨 착한 이가 조종하면 착한 로봇이 된다. 그런 면에서 악당들과 경쟁하다 가까스로 철인 28호를 조종하게 된 이가 정의감 충만한 소년탐정 카네타 쇼타로라는 사실은 대다수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인들에게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작은 소년의 체구를 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엉덩이로 총을 쏘고 수십만 마력의 힘을 발휘하는가 하면 인간의 그것 이상 가는 사고와 인격을 보여주는 아톰. 그 아톰의 전지전능한 능력에 비한다면 철인 28호의 능력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조종기를 통해서만 움직이고 등에 부스터를 달아야만 날 수 있는 거대 로봇. 에너지가 떨어지면 동작도 멈추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적 설정이 오히려 철인 28호의 인기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분명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전지전능형 로봇에 반해 인간의 조종력이 더해져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철인 28호의 거대 로봇 설정은 이후 [마징가 제트], [기동전사 건담] 등 거의 대부분의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거대 로봇물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머프 - 숲 속 깊은 곳의 파란 난쟁이

숲 속 깊은 곳의 버섯 집에서 모여 사는 파란 난쟁이, 스머프들의 숲 속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1958년, 피에르 컬리포드(Pierre Culliford), 일명 ‘페요’라고 불렸던 벨기에 작가에 의해 창조된 스머프는 1981년, 미국의 한나 바버라 프로덕션에서 총 256화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어 세계 40여 개국에 방영되었다. 파파 스머프를 리더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스머프들은 각자 재능에 따라 개성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멍청하고 고약한 마법사 가가멜이 스머프들을 잡아 스프로 끓여 먹을 생각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초기의 스머프에서 가가멜은 연금술사로 등장하며, 스머프가 황금의 좋은 재료가 된다고 믿어서 그들을 잡으러 다닌다는 설정이었다.

스머프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 없이 작가가 창조한 말로, 동료 만화가와 식사할 때 소금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스머프 좀 건네주세요(pass me the smurf)’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992년에 한 인터넷 매체에서 스머프는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기 위한 위장 전술이란 엉뚱한 주장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으며, 의외로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밝힌 이유란, 스머프(Smurf)는 Socialist Men Under Red Father(붉은 아버지를 둔 사회주의자들)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며, 파파 스머프라는 강력한 지도자의 지휘 아래 똑같은 노동자 복장을 한 채 집단생활을 하고 재산이 공동 소유이며 가가멜은 자본주의를 상징한다는 등이다. 이러한 음모론은 실제 한국 사회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져 한국 내 방영이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결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한나 바버라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방송은 되었지만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2011년 8월 개봉 예정으로 할리우드 극장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스머프들이 시간 이동으로 현대의 뉴욕에 떨어져 소동이 벌어진다는 내용. 실사와 합성 작품이다.

아스테릭스 - 프랑스의 인기 캐릭터

미국의 미키마우스, 일본의 아톰 등에 맞서 프랑스의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캐릭터로 통하고 있는 만화 캐릭터. 1961년 프랑스 만화가 르네 고시니(René Goscinny)와 알베르토 우데르조(Albert Uderzo)가 공동으로 창작했다.

배경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는, 현대 프랑스인들의 조상 골족의 갈리아 마을. 아스테릭스는 갈리아 마을에 살고 있는 덩치 작은 영웅. 마법의 물약으로 괴력을 발휘해 로마군들을 골탕 먹인다. 오벨릭스는 덩치는 크지만 우둔하기까지 한 아스테릭스의 친구.

발매 후 2010년 현재까지 약 3억 권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으며 3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큰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1999년 개봉한 [아스테릭스]는 그 동안 프랑스 영화 흥행 최고 성적을 가지고 있던 [타이타닉]의 기록을 깼다. 아스테릭스를 주인공으로 한 파리 인근의 테마파크 아스테릭스 월드는 역시 파리 인근의 디즈니랜드 파리에 비해 시설 면에서나 접근성,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대등한 입장 수익을 내거나, 1990년 중반에는 디즈니랜드를 압도하는 성적을 내 디즈니랜드가 상징하는 미국 문화에 대응하려는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으로 읽히기도 했다.

공동 원작자 고시니가 1977년 세상을 떠난 뒤 우데르조가 뒤를 이어 계속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으나 고시니의 후손들이 재산을 둘러싼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스파이더맨 -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 높은 히어로

‘슈퍼맨’, ‘배트맨’과 함께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미국의 슈퍼 히어로. 1962년 처음 등장한 원작을 소재로 한 최근의 영화 시리즈 때문이기도 하지만, 징그럽고 무서워 보이는 거미를 역해석한 캐릭터 설정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초반 사이 [슈퍼맨]과 [배트맨]이 등장하며 미국은 한바탕 슈퍼 히어로 전국시대를 맞았지만 이내 침체기를 맞게 된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붐이 다시 점화된 시기는 1950년대 공화당 상원의원 J. R. 메카시가 이끈 마녀사냥식의 반공이념, 메카시즘 덕이라고 한다. 정적이나 공인에 대한 무차별적 사상 검증을 이끌며 사회를 집단 최면 상태로 몰고 간 메카시즘과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최초의 생명체 탑승 발사, 최초의 유인우주선 발사 등 속속 들려오는 소련 발의 뉴스들이 미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자 각종 B급 SF영화에서 미국을 구하는 영웅담이 쏟아져 나왔고, 슈퍼 히어로 주연의 만화들도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된다. 그러한 시기, 기존의 영웅들이 주로 ‘아저씨’들이라는 점을 파악한 스탠 리와 동료들이 10대 소년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역설적으로 1960년대 후반 이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과 TV 시리즈 속에서는 주인공 피터 파커가 아저씨로 등장하기도 한다.

우연히 생물학 연구소를 방문했다가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에 물리며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 파커. 영화 속에는 몸속에서 거미줄을 만들어내지만 원작 만화 속에서는 거미와 같은 초능력은 가지고 있되 몸속에서 거미줄을 만들지는 않으며, 거미줄을 만드는 장치를 몸에 부착한다는 설정이다.

도라에몽 - 세계 누적 판매 부수 2억 1천만 부

2010년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 부수 2억 1천만 부를 자랑하는 [도라에몽]의 전설은 1969년 일본 쇼가쿠칸(小学館)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의 단편 만화로 시작되었다. 애완용 고양이와 장난감 오뚜기를 결합시킨 아이디어로 탄생한 도라에몽은 22세기의 후손이, 무얼 해도 풀리지 않는 열등생, ‘찌질이’ 초등학생 조상을 돕기 위해 파견한 일종의 만능 로봇 이야기다. 초등학교와 동네 공터가 주무대이고 등장하는 이들이 초등학생이라는 현실적 배경 위에 비밀의 4차원 주머니 속에서 마법처럼 도구들을 꺼내놓는 도라에몽의 활약이 재미나게 이어진다.

캐릭터 자체가 사랑스럽게 그려졌고, 일본인들이 워낙 좋아하는 고양이 이미지도 한 몫을 했으며,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 만물박사 같은 도라에몽의 능력이 인기의 비결로 작용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1973년부터 만들어진 TV 애니메이션은 2010년 현재 1,000 에피소드가 넘게 제작되었으며, 1980년부터 만들어진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2005년 한해를 빼놓고 매년 만들어지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제작하는 장편 만화도 [도라에몽] 인기의 비결인데 이러한 전통은 1996년, 원작자 후지코 후지오(후지모토 히로시의 팬 네임)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도라에몽이 특히 좋아하는 동그란 모양의 카스텔라 단팥빵 도라야키(どら焼き)는 원작자가 이 빵을 좋아해 작품 속에 등장했는데, 역설적으로 [도라에몽] 때문에 빵의 인기가 치솟고, 이름마저 도라야키로 바뀌었다고 한다.




 김혁 (테마파크 기획자)
김혁은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 칼럼니스트, 애니메이션 기획자, 장난감 컬렉터 등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시나리오와 연출을 전공했으며, 장편 애니메이션 [아마게돈], [철인사천왕]을 기획, 제작했다. 서울랜드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비롯해 국내 수많은 테마파크와 지역 문화제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애니메이션 제작기법],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일본체험사전] 등이 있다. ‘테마파크 파라다이스’라는 블러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blog.naver.com/khegel

마징가 Z - 세계 최초의 탑승형 거대 로봇 캐릭터

일본의 걸작 SF 콘텐츠 [사이보그 009], [가면라이더]의 이시노모리쇼타로(石ノ森章太郎)의 문하생 출신 나가이 고가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탑승형 거대 로봇 캐릭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만화가의 길을 결심한 작가는 [철완 아톰]의 만화가 데스카 오사무를 찾아갔으나 약속이 엇갈려 만나지 못하고 이시노리쇼타로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1967년 [작은 괴물 야타몬]이라는 TV 애니메이션의 출판 만화화 작업을 하며 독립적인 만화가로 데뷔한 나가이 고는 1972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동시에 만들어진 악마 소재 SF물 [데빌맨]으로 스타덤에 오른다. 나가이 고는 [데빌맨] 속에서 선한 악마, 고뇌하는 악마, 악마보다 더 나쁜 인간 등의 모습을 묘사하며 전통적인 가치관과 고정 관념에 커다란 혁명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세계관을 그대로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발전시킨 것이 [마징가제트]다. 마징가라는 단어는 마신(魔神)의 일본어식 발음을 변화시킨 것으로, 원래는 사악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정의감 넘치는 청년들이 이를 조종함으로써 지구 평화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마징가 Z]는 그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세계 로봇 만화, S.F.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현재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조종사가 조그만 비행정을 타고 거대한 로봇의 머리 속에 앉은 다음 그것을 조종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러한 모든 당연함의 출발이 바로 [마징가 Z]였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듯하다. 퇴근 길 꽉 막힌 도로에서 다리가 뻗어 나와 성큼 성큼 걸어가는 자동차를 상상하며 구상된 일화를 가진 마징가 Z의 최초 디자인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초기의 마징가 Z 디자인은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탄 채 머리 부분에 결합하는 것. 이름도 에너지를 변형시킨 에네르가 혹은 아이언(Iron)에 제트를 붙여 에네르가제트, 아이언제트라 불렸다. 이러한 초기 디자인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나가이 고 스승의 작품 [가면라이더]와 유사하다는 지적 등을 받으며 변화해가다 결국 오늘날의 [마징가 Z] 스타일이 갖추어졌다.

만화 연재와 함께 방송되며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을 거둔 [마징가 Z]는 작가 스스로 요코야마미스테루(横山光輝)의 [철인 28호]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철인28호] 류의 오밀조밀하고 우격다짐식 구성을 벗어나 거대한 체구다운 액션과 각종 무기들, 그들을 이용한 마징가 Z의 영웅적인 활동과 화려한 기술, 각 화별로 등장하는 기계수들의 개성,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는 스토리 진행 등이 큰 차별성을 가진다 하겠다.

[마징가 Z]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총 92화를 방송하며 평균 시청율 20% 이상을 기록했으며, 1974년 3월 17일 방송한 제 68화는 시청률 30.4%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이후 애니메이션 [마징가 Z]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유럽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된다.

헬로키티 - 가장 비싼 캐릭터

자산 가치 1조 5천억 엔(약 20조 원). 연간 시장 규모 3,500억 원에 달하는 캐릭터. 일본에서 만들어진 캐릭터 중 가장 비싼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원작을 가지지 못한 캐릭터 중 가장 성공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헬로키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은 헬로키티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추후 제작된 작품들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헬로키티는 산리오에서 개발한 헬로키티와 그 친구들 전체를 묶어 하나의 캐릭터 군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하얀색 고양이는 키티 화이트라는 정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키티라는 이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고양이를 부를 때 쓴 이름을 가지고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이 없으며 오른쪽 귀에 리본이나 작은 장식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

헬로키티는 1974년 일본의 캐릭터 디자인 회사 산리오에서 개발, 1975년 첫 상품을 출시한 캐릭터로 일본 사람들이 열광하는 미국 캐릭터스누피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일본인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이 배경이 되었지만, 스누피가 개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택했다는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평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절, 헬로키티 캐릭터 상품 모으기가 취미였다는 빌 게이츠가 2000년대 초반, 우리 돈 6조 원을 제시하며 키티의 디지털 판권 전체를 사기 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산리오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일화는 역설적으로 키티의 가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하겠다. 도쿄 외곽에는 헬로키티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산리오 퓨로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김혁 (테마파크 기획자)
김혁은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 칼럼니스트, 애니메이션 기획자, 장난감 컬렉터 등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시나리오와 연출을 전공했으며, 장편 애니메이션 [아마게돈], [철인사천왕]을 기획, 제작했다. 서울랜드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비롯해 국내 수많은 테마파크와 지역 문화제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애니메이션 제작기법],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일본체험사전] 등이 있다. ‘테마파크 파라다이스’라는 블러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blog.naver.com/khegel

건담 - '건프라’라 칭하는 신조어를 만들다

1979년 최초로 등장해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의 개념을 바꿔 놓은 작품. 1979년 TV 아사히에 최초로 방송되었으나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수많은 연작 시리즈와 외전들을 만들어냈다.

건담은 그 내용면에서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들이 묘사한, 악을 응징하는 히어로식 구성이 아니라 쌍방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충돌하며 일어나는 갈등을 나름의 객관적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건담이 높이 평가 받는 부분은 모빌 슈트(mobil suit)로 불리는 로봇의 디자인. 그 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속 로봇은 황당한 초과학성이나 하나의 슈퍼 히어로처럼 그려졌으나 건담은 작품 속에서 로봇을 모빌 수트로 부르며 하나의 병기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메카닉 설정은 가히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비록 황당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리얼 로봇 계열로 분리되어 다른 로봇 애니메이션의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러한 리얼 로봇의 묘사는 극단적인 디테일을 보여주는 프라모델 제품으로 등장했고,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라 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지구의 환경과 인구 문제로 인류가 우주로 이주하기 위해 달과 지구 사이에 인공 거주지 스페이스 콜로니를 건설하게 되는데, 이 때 인간의 능력을 10배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작업복이 모빌 수트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고, 이것이 나중 병기화된 것이 건담이라는 설정이다.

트랜스포머 - 복잡한 탄생의 과정

2000년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많은 이들이 이를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이클 베이의 작품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은 할리우드 실사 영화판의 제작자와 감독일 뿐이다. [트랜스포머]의 역사는 그보다 더 길고 복잡하다. [트랜스포머]가 일본 오리지널 캐릭터이니 미국에서 창조한 것이니 해석들이 많지만, 그것은 그 창조 과정이 말 그대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최초로 트랜스포머 캐릭터의 원형을 제공한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 카와모리 쇼지. 1980년, 그가 장난감 회사 타카라를 위해 캐릭터를 디자인한 ‘미크로맨’과 ‘다이아크론’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1980년대 초반, [건담]의 등장 이후 그를 내세운 경쟁사 반다이에 선두를 내주고 만다. 이후 타카라는 미국으로의 수출에 사활을 걸었고,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하스브로는 미크로맨과 다이아크론을 수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하스브로는 자동차와 비행기, 오토바이, 중장비 등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기계 장치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기본 설정만 놔둔 채 조종사가 탑승하는 설정을 유기적인 생명체로 바꾸고,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를 주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의 공동 마케팅이라는 [건담]의 궤적을 살펴보던 하스브로는 마블과 제휴를 맺고 만화를 출간하는데,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오늘날 영화의 원형이 되는 만화 [트랜스포머]다. 마블에 의해 만화로 만들어진 [트랜스포머]는 이후 다시 일본으로 역수출되어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이 역시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1984년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영화화 과정은 알려진 바와 같다.

마리오 - 미키마우스의 인기를 넘보다

한때 미키마우스의 인지도를 2배 이상 앞질렀던 일본 태생의 캐릭터. 100년 역사의 화투 회사 닌텐도가 개발한 캐릭터다.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게임은 1981년 발표된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 게임 속에서 마리오는 성난 고릴라 동키 콩이 던지는 장애물을 피해 정상에 다다르는 배관공으로 등장하지만 이름을 가지지는 못했다. 처음 ‘동키콩’ 개발에 나섰던 닌텐도는 걸작 게임 팩맨과 같은 형식에 뽀빠이 캐릭터들을 실으려 했으나 이를 발전시켜 독자적인 게임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동키콩’의 엄청난 성공으로 힘을 실은 닌텐도는 본격적인 가정용 게임 개발에 착수했고, 자사의 가정용 게임기 패밀리 컴퓨터의 대표 소프트웨어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내놓는다. 이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마리오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캐릭터로 각인된다.

이후 마리오는 레이싱, RPG, 퍼즐, 스포츠, 격투 등 닌텐도에서 개발하는 200여 종의 게임에 주연 또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현재까지 마리오가 등장한 게임은 약 2억 카피 이상이 팔렸으며 관련된 캐릭터 상품의 판매만도 10조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배관공 일을 함께 한 동생 루이지, 아기 공룡 요시, 데이지 공주 등의 보조 캐릭터들이 설정되어 있으며, 1번의 영화화, 3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손오공 - 엄청난 인기를 모은 캐릭터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고쿠’라는 일본어식 발음보다는 손오공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드래곤볼]은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작품으로 1984년부터 <소년 점프>에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애니메이션은 1989년 도에이 동화에서 제작되었고, 후지TV를 통해 방송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아톰] 이후 가장 많은 국가에 팔린 일본 애니메이션이기도 한 [드래곤볼]은 [드래곤볼 Z] 등 후속작을 만들기도 했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늘 따랐다. 중국 [서유기]에서 주인공 이름과 캐릭터들을 따왔지만 내용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7개를 모두 모으면 용신이 나타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는 드래곤볼을 찾으러 가는 손오공과 일행의 여정을 담고 있다.

[드래곤볼]의 탄생이 우리에게 [북두신권]이라 소개된 일본 만화 [북두의 권] 때문에 탄생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부론손(武論尊) 글, 하라 테츠오(原哲夫) 작화의 [북두의 권]은 그림을 못 그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독특한 작화지만 폭력이라 말 붙이기도 민망한 정도의 거대한 힘과 과격함이 넘쳐나는 만화. 그런데 이 만화가 판매 부수 5천만 부(이후 2009년 1억 부 돌파) 등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다. 특히 이 만화가 실린 만화 잡지 소년 점프는 [북두의 권]이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주간 판매 부수가 50만 부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러한 성공에 자극을 받아 수많은 아류가 등장하는데, 대부분 [북두의 권]과 같은 무시무시한 그림체와 폭력적 내용, 유사한 구성을 하게 된다.

바로 그 때 등장한 맞수가 [드래곤볼]. [북두의 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지만, 유사한 그림체와 분위기로는 절대로 [북두의 권]을 이길 수 없다는 만화가의 발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던 것이다. 초기 [드래곤볼]에서 내세운 ‘강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구호는 그 저의가 그대로 드러난다 하겠다. 이후의 결과는 [드래곤볼]의 압승. [드래곤볼]은 [북두의 권]과 같은 잡지에 연재되었는데, [북두의 권]이 연재하며 세운 50만 부 돌파 기록을 150만 부로 갱신하는 등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이기게 된다.

심슨 - 미국 폭스TV를 대표하는 캐릭터

미국 폭스TV를 대표하는 캐릭터. 심슨은 바트 심슨, 호머 심슨 등 심슨 가족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심슨 가족, The Simpsons]라는 타이틀로 1990년 이후 2010년까지 23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어 폭스 TV에 방영되었다. 문제 많은 미국의 중산층 가족을 주인공으로 노골적이기까지 한 현실 풍자를 보여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동안 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보여준 귀엽고 아기자기한 맛 대신 현실 속의 쓴맛들을 쉬운 그림체의 애니메이션으로 묘사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 성적 묘사, 인종 갈등 등을 사실적으로 다루어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 역시 심슨의 매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만화가 맷 그로닝이 만들어낸 [심슨]은 1987년, 폭스TV의 <트레이시 울먼 쇼>에 등장한 30초짜리 초 단편 시리즈로 시작되었다.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자, 캐릭터를 재정비해 시리즈로 독립시킨 것이다. 주인공 바트 심슨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의 이름은 원작자 맷 그로닝이 자기 가족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고 한다.

23개의 에미상 등 수십여 개의 상을 받았으며 1999년 12월 31일 발행된 <타임>은 [심슨]을 20세기 최고의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선정했다. 2007년 극장판 장편 [심슨]이 개봉하기도 했다.

토토로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トトロ]에 등장하는 가상의 생물 캐릭터. 1988년 같은 회사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와 동시에 제작, 개봉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각본, 감독하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했다.

1958년의 일본 시골을 배경으로, 도시에서 이사 온 사스키와 메이 자매의 가족 이야기 속 숲속의 정령 토토로가 더해진 내용이다. 아버지를 마중 나간 숲 속 버스 정류장에서 토토로와 처음으로 만나는 사스키와 메이의 장면은 일본 영화사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손꼽힌다.

1988년 4월 극장 개봉 당시에는 80만 명의 관객이 설명하듯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1989년 봄 TV 방영 이후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된다. TV 방영 이후 캐릭터 제품 판매도 급격하게 늘어 영화 개봉 당시 출시되었던 토토로 캐릭터 상품 제 1호 봉제 인형은 약 70만 개의 판매를 기록했고, 이후 세계적으로 3,000만 개의 봉제 인형이 팔려 나갔으며 지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곰처럼 생긴 토토로의 외모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기 이전, 팬더를 소재로 디자인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웃집 토토로] 속에는 시골임에도 반딧불이가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함께 제작되고 개봉한 [반딧불의 묘]를 의식한 결과라고 한다.

세일러문 - 소녀 팬들의 열렬한 지지

세일러복의 소녀 전사들이 등장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옛 이야기인 [다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선한 노부부에 의해 키워지다가 달로 돌아간 공주”라는 원전 내용과 비교하면 달을 소재로 했다는 점 외 이야기로는 특별한 연계가 없지만, 일본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 소녀들의 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1991년 12월부터 1996년까지 일본의 소녀 만화 잡지 <나카요시>에 연재된 만화를 도에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TV아사히에서 방영했다.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남자가 아닌 여자가 변신하고 초능력과 특수 무기로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은 이전까지 남자 중심의 히어로물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다. 특히 인형에만 국한되었던 여자 아이들의 캐릭터 상품을 [울트라맨], [가면라이더]를 비롯한 각종 전대물 못지않은 연계 장르로 확대한 공신 역할을 한다. 

내용 측면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적에게 납치되면 여자 주인공이 구출한다는 내용 등 기존의 작품 얼개와 반대되는 특징들을 보여 소녀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만화 잡지 <나카요시>에 앞서 자매지 <룬룬>에 먼저 연재된 [세일러 V]를 [세일러문]의 모체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