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 이름난 슈퍼 히어로들에게는 재미난 가족들이 있다. 딸, 조카 등 직접적인 가족이라는 설정도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이들도 있는데, 배트걸, 배츠우먼, 슈퍼보이, 스파이더걸, 쉬헐크 등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은 오리지널 캐릭터의 인기를 이용해 또 다른 수익을 올리려는 만화업자들의 잔머리로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원조 캐릭터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캐릭터가 있으니 그가 바로 원더우먼이다.
빼어난 외모와 몸매에 투명 비행기, 황금 밧줄, 총알을 막아내는 세계 최강의 여인, 원더우먼. 그런 원더우먼 캐릭터가 1939년 만들어진 원더맨 캐릭터의 모사품이었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원더맨은 1939년 원더코믹스라는 잡지 1호에 처음 등장한 슈퍼 히어로다. 이 원더코믹스라는 잡지는 [ 슈퍼맨], [ 배트맨]으로 인기 절정을 누리던 DC 코믹스의 회계 담당 이사였던 빅터 폭스가 독립해 차린 출판사. 그는 출판사를 차리자마자 스스로 DC 코믹스에서 보고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원더맨을 창조해냈던 것이다. 일종의 회사 기밀을 가지고 독립해 다른 회사를 차린 것이다. 스스로 만화를 그릴 능력이 없었던 빅터 폭스는 만화 콘텐츠를 공급하던 아이즈너 아이거(Eisner Iger)라는 회사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며, ‘슈퍼맨 같은 캐릭터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던 것.
그렇게 탄생한 원더맨은 반짝 인기를 누리게 되지만 DC 코믹스에 의해 고발당하고, 결국 패소하고 만다. 이는 슈퍼 히어로 만화 역사상 최초의 표절 관련 재판으로 기록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를 증언한 이가 빅터 폭스로부터 만화를 의뢰받았던 아이즈너 아이거사의 대표 만화가 윌 아이즈너(Will Eisner). 그는 자신의 큰 고객일 수 있는 빅터 폭스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슈퍼맨의 정보를 제공하며, 그와 같은 느낌의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했다며 증언했던 것이다. 그렇게 원더맨 사건이 일단락되고, 정작 황당한 일을 벌인 이는 [슈퍼맨], [배트맨]의 출판사이자 원더맨을 표절 혐의로 고발했던 DC 코믹스. 1941년, 그들은 원더맨의 이름을 차용해 원더우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원더우먼은 여성성 가득하지만 초능력은 그 누구 못지않은 슈퍼 히어로 아니, 히로인(heroine)으로 슈퍼맨, 배트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저 장군 멍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독특한 인연이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