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28호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철인’, 일본어로 ‘테츠진’이라 불리는 푸른색의 거인 로봇. 일본 만화의 상징 아톰에 비해 조금은 부족하다, 조금은 덜 유명하다 싶지만 오히려 일본인들 사이에선 아톰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푸른색의 단단한 이미지 위로 겹쳐지는 일본인의 남다른 애정은 그의 탄생 설정, 활약상 등과 무관하지 않다.
[철인 28호]는 다소 우편향이라 할 만화가 요코야마 미스테루의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1956년 월간 잡지 <소년>의 별책부록으로 시작한 [철인 28호]에서 철인 28호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군과 연합군을 상대하기 위해 일본군에서 비밀리에 제작한 특수 병기라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태평양의 한 섬에서 만들어진 철인 28호. 28호는 철인 1호에서 시작해 시제품을 만들어내며 붙인 일련번호. 나중에 등장하는 철인 26호, 철인 27호 등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거대 로봇의 기능을 갖추게 되는데, 그 중 철인 28호가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완성과 가동 직전 연합군에게 정보가 누출되어 기지가 파괴되고 완성된 로봇들은 빛을 발휘하지 못했고 일본은 결국 전쟁에서 지고 만다는 것.
그렇게 개발된 강력한 힘의 로봇은 몇 년 후 새롭게 발굴되어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넘어갔고, 그 로봇들을 되살려 세상을 정복하려던 정체불명의 악당들과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 로봇 철인 28호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로봇 철인 28호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특수 리모콘으로 자신을 조종해야 한다. 그래서 철인 28호는 악당에게 넘어가면 악의 로봇이 되고 마음씨 착한 이가 조종하면 착한 로봇이 된다. 그런 면에서 악당들과 경쟁하다 가까스로 철인 28호를 조종하게 된 이가 정의감 충만한 소년탐정 카네타 쇼타로라는 사실은 대다수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인들에게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작은 소년의 체구를 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엉덩이로 총을 쏘고 수십만 마력의 힘을 발휘하는가 하면 인간의 그것 이상 가는 사고와 인격을 보여주는 아톰. 그 아톰의 전지전능한 능력에 비한다면 철인 28호의 능력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조종기를 통해서만 움직이고 등에 부스터를 달아야만 날 수 있는 거대 로봇. 에너지가 떨어지면 동작도 멈추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적 설정이 오히려 철인 28호의 인기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분명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전지전능형 로봇에 반해 인간의 조종력이 더해져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철인 28호의 거대 로봇 설정은 이후 [ 마징가 제트], [ 기동전사 건담] 등 거의 대부분의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거대 로봇물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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